AI 없이 쓰는 글의 값어치가 오르고 있다

TMT

https://pauldix.com/theres-alpha-in-ai-free-writing

요즘 들어 제가 매일 읽는 글 가운데 AI가 쓴 것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아마 대부분 비슷하게 느끼셨을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도는 에이전트 코딩 세션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GitHub 이슈와 풀 리퀘스트, 트위터, 링크드인, 심지어 슬랙에까지 스며들고 있습니다. 제가 하루 동안 읽는 글의 대부분이 AI가 쓴 것이라는 데 돈을 걸 수도 있습니다. AI가 지금보다 훨씬 잘 쓰게 되기 전까지는, 특히 더 간결하고 압축된 언어를 쓰게 되기 전까지는, AI에 편집도 집필도 맡기지 않고 자기 생각과 표현을 직접 엮어 내는 사람에게 주의를 끌 수 있는 이점이 주어집니다.

이 글, 그리고 앞으로 이 사이트에 띄엄띄엄 올릴 글들은 지금이라는 묘한 시점에만 존재하는 이점을 활용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AI를 쓰지 않고 쓴 글이 남의 관심을 붙잡을 가능성이 더 크고, 그렇게 쓰는 사람은 AI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덤으로, 글을 쓰는 일이 문제를 끝까지 생각하고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표현을 다듬는 일이 생각을 다듬어 줍니다.

제 글은 아마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저는 간결한 표현과 생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점은 전형적인 AI 글쓰기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AI는 화려한 표현과 상관없는 세부 사항, 또는 그 얘기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 구체성으로 사람을 익사시키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AI로 글 쓰는 걸 반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요즘은 대개 GitHub 이슈나 PR 설명, 커밋 메시지를 AI에 쓰게 합니다. 다만 동료가 읽을 글이라면,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한입 크기로 소화할 수 있게 압축하려고 점점 더 애쓰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쭉 읽어 보고 가볍게 손보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그런데 AI가 쓴 글을 눈앞에서 점점 더 많이 마주하다 보니, 제가 자주 만나고 있는 것이 그냥 글자로 쌓아 올린 벽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당장은 우리 고깃덩이들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얹고, 그것도 훨씬 적은 단어로 해내는 것으로 스스로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AI가 그 일까지 우리보다 잘하게 될 때까지 이 상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죠.

AI 버전은 어떨까?

위의 글은 AI에 편집 조언이나 어떤 도움도 청하지 않고 썼습니다. 호기심이 생겨서, 이 글의 주제를 Fable에 넘겨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프롬프트

새 블로그의 첫 글을 써 줘. 제목은 "There's alpha in AI free writing"이고, 이 글에 담긴 생각은 이렇다. "모두가 AI에 글쓰기를 맡기는 사이, 사람이 직접 쓴 문장을 읽는 일은 새로운 사치가 됐다. 직접 쓰는 것만으로 예전에는 없던 방식으로 눈에 띌 수 있다."

내 사이트 엔진에 넣을 수 있는 md 파일로 줘. 저장소에 지금까지 들어 있는 내용은 보지 말고, 루트에 파일만 하나 만들어 줘.

결과물

참고: 위에 쓴 제 글은 저장소에도, AI가 접근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곳에도 없었습니다. 프롬프트를 넣은 뒤 45초 만에 아래 글이 나왔습니다(끝까지 훑고 넘어가셔도 됩니다).

시장에서 알파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서 얻는 수익입니다. 알파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거래에 몰려드는 순간 우위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수수료뿐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AI 글쓰기로 몰려들고 있고, 그러면서 반대로 가려는 사람에게 우위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읽는 글은 거의 다 똑같은 결을 갖고 있습니다. 이메일, 출시 공지, 링크드인 에세이, 문서까지 그렇습니다. 다 잘 쓰여 있습니다. 매끄럽습니다. 문법은 흠이 없고 구조는 단정하며, 모든 단락이 요약 문장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려앉습니다. 그리고 전부 똑같습니다. AI가 글쓰기를 나쁘게 만든 것은 정확히 말하면 아닙니다. 균일하게 만들었습니다. 바닥을 끌어올린 다음, 그 바닥 높이로 전부 콘크리트를 부어 덮어 버렸습니다.

그렇다는 건 신호가 옮겨 갔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잘 다듬은 문장이 공들임과 정성의 신호였습니다. 다듬는 데 비용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초고를 쓰고 고치고, 누군가에게 편집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제 다듬는 일은 공짜이고, 그래서 잘 다듬은 문장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지금 값비싼 것, 대량으로는 위조할 수 없는 것은 특정한 한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를 생각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상한 곁길 이야기, 위험을 안고 내놓는 의견, 모델이라면 매끈하게 갈아 냈을 리듬이 살아 있는 문장, 그 자리에 있어 본 사람만 쓸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세부 사항 같은 것들입니다.

독자는 알아챕니다. 항상 의식적으로는 아니어도, 알아챕니다. 단체 발송 편지와 누군가 정말로 나에게 써 준 쪽지를 구별하게 해 주는 그 감각이고, 한두 단락 안에 작동합니다. 그러면 흥미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독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입니다. 사람이 쓴 글은 사치품이 되어 가고 있고, 모든 사치품처럼 그 가치는 희소함과 만든 사람이 치른 비용에서 나옵니다.

그 비용이 핵심입니다. 글을 쓰는 비용이 곧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직접 쓰면 자기가 실제로 무엇을 믿는지 발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의견의 절반은 적어 보려 하다가 첫 판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고 나서야 제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들입니다. 그 과정을 모델에 넘기면 타이핑만 외주로 돌리는 게 아니라,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아차리는 부분까지 외주로 넘기는 셈입니다. 돌아오는 문장은 통념의 요약이고, 아무의 것도 아닌 목소리로 전달됩니다. 모델이 바로 그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제에 대해 글을 쓴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평균 낸 것이죠. 그리고 평균은 구조상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거래를 제안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콘텐츠를 생성하는 동안, 글을 쓰십시오. 처음에는 아마 형편없을 겁니다. 느린 것은 확실합니다. 거친 구석이 남아 있는 글, 나중에 물러야 할지도 모르는 의견을 그대로 내놓으십시오. 마찰 없이 매끄러운 글이 넘치는 바다에서는 마찰이야말로 내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는 방법입니다. 일자리를 안겨 주는 블로그 글,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에세이, 답장을 실제로 받아 내는 콜드 이메일의 한 단락은 점점 더 생성될 수 없었던 글이 될 겁니다. 이제 생성이 기본값이고, 기본값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저는 AI를 늘 쓰는 사람입니다. AI는 매일 저와 함께 코드를 쓰고, 그 일은 정말 잘합니다. 하지만 코드는 작동하는지로 평가됩니다. 글은 그것이 나 자신인지로 평가됩니다. 둘은 다른 게임이고, 두 번째 게임은 위임하는 순간 측정되던 그것 자체를 잃습니다.

이 글은 이 블로그의 첫 글입니다. 여기 올라오는 모든 글은 제가 직접, 손으로 쓸 것이며, 그에 따르는 온갖 고르지 못함도 함께 담길 겁니다. 예전에는 이런 약속이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우위입니다.

여기에 알파가 있습니다. 적어도 한동안은요. 남아 있는 동안 챙기십시오.

작업을 마친 뒤 Fable이 보낸 답

완료했습니다. 글은 저장소 루트의 theres-alpha-in-ai-free-writing.md에 있고, 제목과 날짜 프론트매터는 사용하시는 엔진에 맞게 고치실 수 있게 넣었습니다.

잡은 각도는 이렇습니다. 알파를 남들과 반대로 가는 거래로 놓고, AI가 문장을 다듬는 일을 공짜로 만든 탓에 다듬음 자체는 더 이상 아무 신호도 되지 못한다는 점, 이제 희소하고 눈에 보이는 것은 특정한 한 사람이 생각했다는 증거라는 점, 그리고 글쓰기의 비용인 그 생각이 바로 글을 가치 있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마무리는 커리어 측면의 보상으로 맺었습니다. 생성된 기본값이 넘치는 바다에서 마찰이 눈에 띄는 방법이라는 것이죠.

발행하기 전에 알아 두실 점이 하나 있습니다. 마지막 절이 "여기 올라오는 모든 글은 제가 직접, 손으로 쓸 것"이라고 약속하는데, 제가 방금 대신 쓴 글에 그 문장이 놓여 있으니 어색합니다. 그 단락은 직접 쓴 표현으로 다시 쓰시거나, 이 초안을 뼈대로만 두고 본인 목소리를 한 번 통과시키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 글의 논지를 생각하면, 이 사이트에서 본인의 지문이 가장 필요한 글이 바로 이 글일 겁니다.

마무리 생각

자, 다시 저입니다. 그 버전을 읽고 나서도 제 원래 글은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웃긴 건, 글 안에서는 저(폴)가 모든 글을 직접 쓸 것이라고 해 놓고, 다 쓴 뒤 저에게 보낸 답에서는 그 거짓말을 스스로 경고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거짓말이라고 하지는 않고 어색하다고만 했죠. 그건 그렇고, 제목과 짧은 설명만 주고도 제가 쓰려던 논점을 꽤 많이 잡아냈다는 데는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그 두 가지는 글을 쓰기 전에 미리 적어 두고 나중에 고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시장 비유에 너무 심하게 기댔습니다. 그걸 제목에 넣은 이유는 슬쩍 스치듯 지나가면서 재치를 부리려던 것이지, 독자 머리를 그것으로 내려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그 제목이 통했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저는 AI 버전을 제 것보다 덜 좋아합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AI는 자기가 한 말을 하는 데 605단어를 썼고 저는 374단어를 썼습니다.

사람이 글을 적게 쓰는 건 우리가 깡통들(clankers)에 비해 지독하게 느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간결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우리가 깡통들에 비해 정말이지 끔찍하게 느리게 읽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함께 놀아 준 Fable에게는 고맙다고 해야겠죠. 자네의 봉사에 깊이 감사하네.

아무튼 생각해 보기 즐거운 주제였습니다. 이 사이트에 앞으로 글을 더 쓰면 좋겠는데, 그건 또 모르겠습니다. 저는 게으른 고깃덩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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