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실행 (Endless execution)
TMT에이전트의 시대가 열리면서 끝없이 실행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모든 아이디어, 모든 직감, 모든 실험이 이제 손만 뻗으면 바로 닿는 곳에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는 사람에게 이곳은 천국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지금껏 직접 겪어 본 것 중 가장 미치도록 SF 같은 일이기도 합니다. 인터넷도 하나의 계시였지만, 그래도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과학도, 표준도, 방법론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건 정말로 마법입니다. 이 단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의미에서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될 만큼 고도로 발전한 기술입니다. 대체 우리가 어떻게 컴퓨터로 이런 걸 해내고 있는 걸까요???
이 지능을 만들어 내는 기저 메커니즘의 큰 그림은 저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습, 가중치, 수학이죠. 하지만 그 부분들이 합쳐져 빚어내는 효과는 여전히 너무나 거대하고 아찔해서, 형이상학적인 설명에 손을 뻗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양자 컴퓨팅에도 이렇게 정신이 아득해지는 개념이 가득합니다. 중첩. 다중우주. 하나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죠. 하지만 양자 컴퓨팅은 지금 당장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영리한 AI 에이전트들은 주고 있습니다.
그 영향이 어떤 것이냐면, 이제 제 컴퓨터 안에 램프의 요정 같은 작은 지니가 갇혀 있는 기분입니다. 어떤 소원이든, 어떤 변덕이든 다 들어주려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존재요. 상상할 야망이 있는 사람에게 이것이 얼마나 큰 해방인지 체감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습니다.
물론 온갖 단서 조항에 대해 길게 쓸 수도 있습니다. 잠재적인 위험들. 아직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 하지만 그건 이 순간의 경이로움에 대한 모욕일 겁니다. AGI는 정의를 못 박기가 고약할 만큼 까다로운 개념이지만, 우리가 결국 어떤 정의에 합의하든 그것이 제가 이미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는 것과 얼마나 다를지 잘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를 쓰면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40년 넘게 컴퓨터를 진심으로 사랑해 온 사람입니다.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사랑했습니다. 게임도, 이것저것 설정을 만지는 재미도, 손끝에 닿는 감각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을 스치는 모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이 힘만큼 사랑한 것은 없습니다.
살아 있기 참 좋은 시대입니다. 아니, 정말이지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