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과 판단, 그리고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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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taste)은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품질과 탁월함을 알아보는 능력입니다. 판단(judgment)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기에 자신을 거는 일입니다. 이 둘이야말로 위대한 작업의 궁극적인 토대입니다.

웹 페이지나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 혹은 "품질에 한 치의 타협도 없었구나"라고 느낄 때, 보통 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무언가를 측정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확신이 들고,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알아보는 대상입니다. 누군가 옳다고 증명할 수 없는 선택들을 연이어 내렸고, 그 장인정신이 결과물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안목은 반복 훈련을 거듭하며 '좋은 것'과 '탁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힘을 기르는 데서 만들어집니다. 훈련이 충분히 쌓이면 열두 개의 선택지를 놓고도 어느 것이 최선인지 짚어낼 수 있게 됩니다. '최선'이 무엇인지 모호할 때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의 것들을 접하고 그것을 자기 일에 녹여 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안목을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안목은 필터와 매우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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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대부분의 시기에는 무언가를 만드는 비용이 컸기 때문에, 탁월함을 가려내기 위해 거를 선택지 자체가 적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 한 가지 버전만 만들었을 것이고, 그 이상 만들 수 있었다면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늘 똑같은 것만 좁게 소비해서는 안목을 제대로 기를 수 없습니다. 다양한 것, 의문을 품게 하거나 새로운 견해를 갖게 만드는 것을 경험할 때, 그 다양성과 마찰이 무엇이 좋은 품질이고 무엇이 아닌지 가려내는 감각을 벼려 줍니다.

결국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진짜 안목을 기르려면 예상치 못한 것들에 자신을 노출해야 합니다.

안목은 중요하지만, 반드시 그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바로 판단입니다.

판단이란 어떤 선택에 자기 이름을 걸고 그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의지입니다. 잘못된 결정에서 그냥 발을 뺄 수 없을 만큼 판이 커졌을 때, 무엇을 내보낼지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품질 판단을 내리는 것이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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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나쁜 선택지들 사이에서 옳은 하나를 골라야 할 때 발휘됩니다. 안목은 내놓을 만한 최선의 선택지를 찾아내게 해 주는 힘입니다.

판단이 있어야 그 선택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불가피한 트레이드오프를 감수하며, 일이 잘못됐을 때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고 옹호할 수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안목은 빌릴 수도, 베낄 수도, 다른 사람에게서 얻어 올 수도, 에이전트에게 배우거나 어시스턴트에게서 복사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판단은 남에게 넘겨줄 수 없습니다.

판단이란 결과에 자기 이름을 붙이겠다고 고집하는 일인데, 에이전트에게는 아직 이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는 점점 커지고 똑똑해지지만, 동시에 점점 더 뚜렷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수많은 선택지를 잘 제시하고 순위도 매길 수 있지만, 계산이 끝나고 정작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을 찾습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는 선택지를 평가하는 능력을 계속 키워 갈 수 있습니다. 다음 개척지는 판단에서만큼은 인간이 에이전트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질문은 에이전트가 안목을 기를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기를 수 있다고 전제해야 합니다. 진짜 질문은 그렇게 됐을 때 무엇이 남느냐입니다. 판단을 쉽게 베낄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능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단은 짊어지는 책임이며, 결과에 자기 이름을 붙이겠다는 고집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판단은 어디에나 통하는 만능 기술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실수를 다 보고 다 겪어 본 사람은 없습니다. 실력은 우리가 많은 실수를 목격하고 견뎌 낸 영역에서 자랍니다.

실제 사례: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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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디자인 안목은 탁월하다고 자주 회자됩니다. 맥북이나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들을 떠올려 보면, 사용자에게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하고 느껴지는지에 그들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런데 안목과 판단의 책임을 동시에 보여 주는 또 다른 애플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지도(Maps)입니다.

2012년, 애플은 iOS에서 구글 지도를 걷어내고 자체 지도를 내놓았습니다. 안목은 분명 있었습니다. 확대해도 선명함이 유지되는 벡터 렌더링에 타이포그래피 처리도 훌륭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보다 큰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다리가 강물 속으로 녹아내려 보인다거나, 베를린을 검색했는데 남극이 나온다거나, 호주의 한 마을 전체가 사막 한가운데로 70km나 어긋나 표시된다는 고객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죠.

이를 iOS 지도 팀 탓으로 돌리는 대신, 팀 쿡이 직접 apple.com에 1인칭 사과문을 올려, 아마도 수년에 걸쳐 거대한 조직 곳곳에서 내려졌을 결정들에 대한 책임을 짊어졌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서명을 요청받은 사람이 그 혼자만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사과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은 팀 쿡이었습니다. 그때 안목도 실패도 모두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정작 값을 치러야 했던 것은 바로 그 서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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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개적인 문서에 서명하고 책임을 떠안을 사람은 많지 않다는 데 다들 동의하실 겁니다. 이 이야기의 큰 틀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테스트가 썩 훌륭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승인하는 풀 리퀘스트를 떠올려 보십시오. 충분한 테스트나 사용자와의 대화 없이 서둘러 내보낸 새 UI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들이 늘 그런 공개 사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거기서 얻은 교훈은 자기 안에 남습니다. 안목은 많이 접할수록 복리처럼 쌓이고, 판단은 결과를 겪어 낼수록 복리처럼 쌓입니다.

맺음말

안목을 다듬고 싶다면 "이건 좋다", "이건 싫다" 같은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그것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같은 것의 여러 버전을 살펴보며 미묘한 차이를 음미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십시오. 판단력을 기르고 싶다면 어려운 결정을 직접 내려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해서 적어 두고, 결과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신이 옳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틀렸는지 확인하십시오.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의 목소리를, 그리고 무엇이 진짜 좋은 품질을 만드는지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신뢰하십시오.

Pangram 4는 이 글을 100% 사람이 쓴 글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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