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과 판단력을 벌어야 하는 시대

TMT

https://x.com/addyosmani/status/2077600055159357548

안목은 원래 반복 훈련의 부산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복을 에이전트가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러니 주니어라면 이제 안목(과 판단력)을 일부러 찾아 나서서 익혀야 합니다.

저는 경력을 쌓아 오면서 코드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배움의 첫 덩어리는 보일러플레이트 작성, 버그 수정, 문제 해결을 수천 번 반복하는 데서 왔습니다. 제가 가진 안목과 판단력은 거의 전부 재능이 아니라 그 반복에서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복잡한 추상화와 트레이드오프를 다루는 법을 익혔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는 그렇게 시니어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이 반복을 전부 자동화할 것입니다. 그러면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가는 경로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미리 말하자면, 끝까지 가치가 남고 채점할 수 없는 능력은 이미 답이 알려진 문제를 더 잘 푸는 능력이 아닙니다. 무엇을 만들지 고르고, 그 결과물이 쓸 만한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신입 채용 시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의 실업률은 무려 5.6%, 불완전 고용률은 41.5%에 달했습니다. 이제는 갓 졸업한 사람이 전체 노동 인구보다 실업 상태일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는 역사적 통례가 뒤집힌 것입니다(뉴욕 연방준비은행). 포브스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인용해,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생의 실업률이 7.5%, 컴퓨터과학 전공은 6.1%로 둘 다 상당수 비기술 전공보다 높다고 전했습니다.

그 사이 수요 쪽 지형도 바뀌었습니다. Indeed Hiring Lab에 따르면 2020년 초 이후 주니어·일반 기술직 공고는 34% 줄어든 반면 시니어·매니저 직급은 19% 감소에 그쳤고, 경력 5년 이상을 요구하는 기술직 공고 비중은 37%에서 42%로 올라갔습니다. 그동안에도 컴퓨터과학 전공 졸업자 수는 계속 늘었는데 말입니다.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회 초년생(22~25세)의 고용은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최초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2026년 2월 후속 연구는 2025년 10월까지의 수치를 16%로 수정했습니다(Brynjolfsson, Chandar & Chen). 이들 직종 상당수에서 해당 연령대가 전체 채용의 약 절반을 차지해 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그럼 겁을 먹어야 할까요? 짚고 넘어갈 것은, 신입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는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하나의 훈련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크 러시노비치와 스콧 핸슬먼은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에이전트는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밥그릇을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시니어 개발자를 도와주는 한편, 주니어의 밥그릇은 빼앗아 인력 피라미드를 좁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핸슬먼이 든 인상적인 예가 있습니다. 경쟁 조건(race condition)을 덮으려고 sleep()을 끼워 넣는 경우입니다. 시니어 개발자는 이 오류를 짚어내고 거기서 배우도록 도와줍니다. 주니어 개발자는 코드 리뷰를 건너뛰고 그대로 프로덕션에 배포하고, 나중에 그 경쟁 조건 때문에 사이트가 다운되는데, 그러고도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두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에이전트가 스스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AI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제품을 어떻게 쓰기로 하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더 심각하게는, 2026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 기사는 학습 단계를 자동화하면 당장의 산출량은 얻지만 사회 전체의 역량은 서서히 떨어진다고 경고했고, 세계경제포럼도 2026년 중반에 신입 채용을 줄이면 앞으로의 인재 파이프라인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이것이 순전히 AI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022년에 시작해 2025년까지 이어진 과잉 채용을 되돌리는 조정 국면이기도 합니다. 스탠퍼드 연구진조차 초기에는 신중했습니다. 초기 신호는 혼탁했고, 2024년 이후에야 AI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감소분을 분리할 만큼 데이터가 깨끗해집니다. 벤더들이 쏟아내는 '합성 노동(synthetic labor)' 발표 가운데 상당수는 예언이 아니라 마케팅 문구입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 바로 옆에는, 시장의 다른 쪽에서 나온 진심으로 낙관적인 이야기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2025년 1월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2025' 보고서는 2030년까지 새 일자리 약 1억 7,000만 개가 생기고 사라지는 일자리는 9,200만 개에 그쳐, 7,800만 개가 순증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그 투자가 AI 역량을 갖춘 사람들의 일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해에 어떻게 서로 모순되는 보고서가 나올 수 있을까요?

총량과 신입 시장은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낙관론자들이 틀린 게 아닙니다.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시니어 자리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주니어 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Indeed의 수치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골드만삭스는 2026년 고용 통계를 근거로 미국에서 매달 약 1만 6,000개의 일자리가 순감하고 있으며 Z세대와 신입 직군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추산했습니다. "증거가 전혀 없다"는 주장에 대한 실증적 반박인 셈입니다.

전체 시장은 성장하는데 사다리의 첫 칸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이 둘은 동시에 참입니다. 그리고 그 첫 칸에 올라서려는 당사자에게 총량 수치는 아무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면에서 주니어 개발자가 위태롭다면, 진짜 질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AI 계층이 무언가를 잘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답지가 있는 모든 일일 것입니다. 학교는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정답지의 연속이었고, 정답 맞히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자리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보다 안목을 기르는 데 집중하자고 제안합니다. 안목이란 몸으로 익힌 패턴 인식의 형태로 압축된 경험입니다. 켄트 벡은 AI 에이전트가 안목, 그러니까 판단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낮으므로, 그 교차점에서 안목을 공급하는 일은 결국 사람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두 가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이라는 빚과 이해(comprehension)라는 빚입니다. 코딩을 처음 배울 때, 현명한 선생님이라면 스택 오버플로에서 복사해 붙여 넣지 말라고 가르쳤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 어느 시점엔가, 특히 경력 중반쯤에는 그 가르침을 어겼을 것입니다. 복사·붙여넣기를 할지 말지의 판단 자체를 AI 에이전트에 떠넘기면 문제는 더 나빠집니다. 쇼와 나브는 참가자 1,372명을 대상으로 약 1만 회의 실험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은 틀린 AI 출력을 80% 가까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정확도는 AI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15%포인트가량 떨어졌는데도, 자신감은 오히려 12%쯤 올라갔습니다.

에이전트는 조사하고, 구현하고, 테스트하고, 보고하는 활동 루프를 돕니다.

바깥 루프는 사람인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 결과가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지 정하고, 승인할 만한지 증거(diff, 테스트 결과, 로그, 짧은 이유)로 검증하고, 승인하거나 막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일입니다. 경계선은 증거입니다(제가 늘 되뇌는 신조입니다). 두 루프 사이의 간극은 빠르게 벌어지고 있고, 그 간극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은 여러분입니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쓰다 보면 힘든 일은 전부 에이전트가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에이전트가 대체로 잘 해낼 때, 품질을 지키기 위해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제 에이전트 관리 이야기에서 안목과 판단력을 기르는 이야기로 넘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곱 가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생성하는 코드보다 훨씬 많은 코드를 읽으세요. 논리 오류, 보안 구멍, 단순하거나 미묘한 엣지 케이스를 찾아내세요. 읽은 코드에 대해 "내가 제대로 된 것들을 따져 봤나?"라고 주기적으로 자문하세요.
  • 오답 기록을 남기세요. 에이전트가 저지른 실수 하나마다 한 문장씩 적습니다. 30일쯤 지나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몇 가지는 일부러 어려운 길로 하세요. 파서를 손으로 직접 만들거나, CRM이든 무엇이든 의미 있는 것을 맨바닥부터 만들어 보세요. 곁가지로 따라오는 배움을 지키세요. 카파시는 에이전트가 자주 틀리는 메모리, 뷰(시스템에 세상이 어떻게 비치는지), 스토리지 같은 기본기를 강조합니다.
  • 시스템 하나를 끝에서 끝까지 깊이 파세요. 한계까지 밀어붙여 실제로 무너뜨려 보세요. 그래야 진짜 깊이가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됩니다.
  • 명세와 검증을 분리해서 익히세요. 명세 작성은 명료한 사고이고, 검증은 증거입니다. 명세 품질이 가장 큰 지렛대입니다.
  • 정확성·유지보수성·효율·보안·스타일 기준표를 중심으로 평가(eval), 즉 테스트 프레임워크를 만드세요. AI 에이전트가 만든 실제 PR 50개에 돌려 보세요. 예상 밖의 테스트 실패와 수정 내역을 기록하세요. 그렇게 보정해 가며 마음속 품질 기준을 명시적으로 끌어내세요.
  • 작업마다 자율성 수준을 조절하세요. 실패해도 값싸고 되돌릴 수 있는 작업에는 자율성을 크게 열어 주고, 실패 비용이 큰 작업에는 줄이세요. 이 조절 감각은 시니어 개발자의 본능이며, 매일 연습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에이전트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주니어에게 뭐라고 말할까요?

  • Claude Code의 보리스 체르니는 **"언어, 컴파일러, 런타임, 시스템 설계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밑바탕이 되는 기예는 앞으로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코딩은 대체로 풀린 문제'라는 발언은 본인에게 생산적인 워크플로에 관한 이야기이지, 기본기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엔지니어라면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말로 알아야 합니다.
  • 감독의 역설을 경계하세요. Anthropic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곳 사람들은 이미 답을 아는 일에만 AI의 도움을 받으며, 에이전트를 감독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바로 에이전트에 과하게 기댈 때 퇴화하는 능력이라고 경고합니다. 주니어 개발자가 답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런 마음가짐을 의식적으로 길러 내려면 노력이 듭니다. 도구는 신중하게 쓰되, 다루는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의식적으로 쌓아 가세요.
  • 어떤 근육은 퇴화해도 괜찮은지 신중하게 따져 보세요. 게르겔리 오로스는 코딩에는 AI를 쓰지만 글쓰기에는 전혀 쓰지 않습니다. 트레이드오프를 의식하고, 어떤 근육을 계속 벼려 둘지 스스로 정하세요.

그렇다면 오래가는 가치는 어디에 모일까요? 희소한 자원부터 최적화하세요.

자본은 넘칩니다. 시간도 넘칩니다. 진짜 인간관계, 특히 좋은 일을 해낸 실적은 여전히 희소합니다. 돈은 몇 주면 모을 수 있지만, 평판은 그렇게 모을 수 없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잔돈 벌기가 시시할 만큼 쉬워지면 그 잔돈의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희소한 수는 내놓을 가치가 있는 것을 고르는 일입니다. 이 관점에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1. 마지막 구간을 완주하세요. 자동화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쉬운 80~90%를 처리합니다. 엣지 케이스, 아키텍처, 안목 같은 마지막 구간이 승부의 전부입니다. 초안이 공짜가 될수록 마무리가 곧 제품이고, 사람들의 실력이 갈리는 지점도 거기입니다.
  2. 어려운 버전을 푸세요. 리처드 서튼이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남긴 유명한 '쓰라린 교훈(bitter lesson)'은 단순한 커리어 조언이 아닙니다. 쉬운 버전은 이미 풀렸고, 오래가는 가치는 어려운 버전을 푸는 데서 나옵니다.
  3. 어려운 문제 근처에서 공개적으로 만드세요. 주니어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떠나게 만든 제약, 즉 제대로 구상한 프로젝트 하나에 혼자서 1년이 걸리고 조각조각 흉내 내거나 베끼기 쉽다는 사정은, 정말 좋은 작업으로 쌓은 오픈소스 실적이 그만큼 희소하다는 사실에 비하면 덜 중요합니다. 축구의 기대 득점(expected goals)처럼 생각해 보세요. 평판과 공개 작업물이 골문 앞에서 기회를 몇 번 얻을지를 정하고, 판단력은 그 기회를 골로 연결하느냐를 정합니다. 어떤 기회가 올지는 각본대로 만들 수 없고, 기회가 떨어지는 자리에 서 있을지만 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얻은 진짜 기회는 거의 전부 공개적으로 한 작업에서 왔지, 지원서를 낸 일자리에서 온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풀고 싶은 어려운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을 들여놓으세요.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하든, 어딘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트랙에 오르든, 프로덕션 코드로 의미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든 말입니다. 요령만 피우려는 사람은 이 길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4. T자형 제너럴리스트가 되세요. 한두 분야를 가장 깊이 파고들면서 폭넓은 소양을 함께 유지하는 개발자가 가장 좋은 결과를 냅니다. AI의 도움을 충분히 받으면 개발자 한 사람이 예전보다 적은 수의 영역에 집중하면서도 단독 기여자로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소규모 교차 기능 팀과 엔드투엔드 엔지니어에 힘을 싣는 팀이 번창할 것입니다.

쉽게 말해, 세상에 부족한 것은 기회가 아닙니다. 올바른 문제를 찾아내고, 기계가 그 문제를 제대로 풀었는지 가려내고, 기계가 멈춘 지점 너머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마지막 구간'을 퍼즐의 가장 큰 조각이라고 말하지만, 에이전트의 세계에서 마지막 몇 걸음은 사실상 무한합니다. 에이전트는 산출량을 무한히 늘릴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의력은 가장 귀한 자산이고 다시 채워지지 않으니 아껴 지키세요. 남이 채점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커리어는 채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고르고, 해냈는지 스스로 정직하게 판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공개적으로, 어려운 문제 곁에서. 나머지는 대개 따라옵니다.

Pangram은 이 글을 100% 사람이 쓴 글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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